교민칼럼(짝사랑)
  어떤 사람이 상대방을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여 정작 사랑을 받는 사람이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우리는 그것을 짝사랑이라고 한다.

  근래에 바기오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면서 한인들이 짝사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주 “최근 한인사회에 대한 현지 언론과 관련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로 시작하는 한 교민의 칼럼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그간 한인들이 일구어 놓은 기반시설이 없었다면 관광과 은퇴사업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을까? 한인들이 소매업 등 편의시설을 아니하면, 필리피노들이 이러한 것들을 대신할 수 있는가? 그들이 할 수 없는 틈새시장을 한인들이 대신하고, 더욱이 자신의 사업발전을 위하여 더 많은 관광객과 은퇴자 유치에 경쟁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 외에도 어학연수에 따른 외화유입, 이에 따른 고용창출 등 많은 순기능은 더는 논할 바가 없다.“ 맞는 말이다.  한인들이 이곳 바기오에 살면서 많은 부분 순기능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외침이 우리의 주장으로만 끝난다면, 마치 가슴앓이를 하는 짝사랑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랑표현이 표면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사랑의 편지를 쓰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북부선교사연합회(이하 북선연)에서는 지난 2월에 한국에서 2,000여만 원(밀리언 페소)의 약품을 후원받아 한국에서 오신 의사, 간호사들과 함께 필리핀 현지인 2,000여 명에게 무료 진료를 해 주고 무료로 약을 나누어 주었다.  짧은 기간에  2,000여 명을 진료했으니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협력했던 선교사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러나 그 힘든 가운데에서도 한 명의 현지인이라도 더 도움을 주려고 애쓰며 사랑의 마음으로 필리핀 사람들을 섬겼다. 그러나 그 많은 재정과 인력과 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료진료에 참여했던 현지인들 말고는 바기오 시에서나 일반 시민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반면 지난 9월 21일에 있었던 환경미화원 장화 후원은 무료진료와는 다른 반응을 얻어냈다.  북선연 임원들이 바기오 도시환경공원관리사무소를 방문하여 쓰레기를 수거하는 87명의 환경미화원에게 장화를 전달했다.  행사는 한 시간 남짓 진행되었다. 북선연 회장의 격려 말과 여성 환경미화원들의 필리핀 전통춤 공연 그리고 장화를 나눠주는 것이 행사의 전부였다.  그리고 이 행사에 대해 바기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읽는 신문인 ‘미들랜드’에 기사를 내도록 하였다. 그 기사가 나간 후에 주변의 현지인들이 필자에게 뿐만 아니라 북선연 임원들에게 신문에서 봤다며 말을 걸어오는 것을 경험했다.

  시간이나 물질 그리고 노력을 기울인 것을 비교한다면 환경미화원들에게 장화를 선물한 것은 무료진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그러나 현지인들로부터의 반응이 상반되게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성경에서 예수님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성경에는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는 말씀도 있다. 우리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기본 정신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우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들을 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한인들이 필리핀 사회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를 현지인들이 듣고 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쓴 현지 신문이 있다면 그 신문에 선한 한인들의 모습을 더 많이 기사로 낼 수 있다면 부정적인 것이 더 큰 긍정에 의해 힘을 잃지 않을까?

  북선연 뿐만 아니라 한인회도 적극적인 자세로 한인 신문뿐만 아니라 필리핀 현지 언론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럴 때 우리의 행동과 외침이 짝사랑하는 사람의 메아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박봉선 선교사-